이니그마(Enigma)의 음악은 독특하다. 마이클 크레투(Michael Cretu)의 솔로 프로젝트 그룹인 이니그마의 음악에는 여러 가지 음악 요소와 형식이 질서있게 혼재되어 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넓은 시각으로 들으면 뉴에이지나 프로그레시브에 포함되지만 양파 껍질을 벗기듯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그레고리안 성가부터 테크노, 댄스, 엠비언트, 민속 음악, 고딕, 일렉트로닉, 월드 뮤직, 힙합, 그리고 그 힙합 문화의 한 형식인 샘플링 기법까지 여러 장르를 프리즘처럼 투영한다. 그룹 이름처럼 수수께끼 같은 팀이다.
1980년대 초반에 게리 라이트(Gary Wright)의 'Dream weaver'와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 'Moonlight shadow'로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던 루마니아 출신의 뮤지션 겸 가수 마이클 크레투의 진두 지휘 하에 창조된 이 특별한 원맨 밴드의 독창적인 음악은 그 진원지인 유럽뿐만 아니라 북미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1990년 말에 공개된 처녀작 <MCMXC A. D.>에는 댄스 리듬과 그레고리안 성가, 그리고 명상적인 플롯 연주가 어우러져 중세 시대의 주술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히트 싱글 'Sadness Part 1'이 빌보드 싱글 차트 5위에 오르면서 인기몰이에 불을 지폈다.
1957년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난 마이클 크레투는 독일에서 고전 음악을 공부했지만 팝음악으로 나침반을 수정한 이후부터는 유럽 지역을 침몰시킨 일련의 히트 싱글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가수보다는 제작자나 작곡가, 엔지니어로서 음악적인 명성을 쌓았다. 그 시기에 'Hello, Mr. Monkey'로 유명한 독일 출신의 여성 3인조 보컬 그룹인 아라베스크(Arabesque)의 멤버였던 산드라 로어(Sandra Lauer)를 만나 백년 가약을 맺었고, 이후 그녀는 이니그마의 음반 작업에 게스트 보컬로 참여하면서 신비스런 분위기를 창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와 예스(Yes)같은 프로그레시브록 밴드들과 1980년대 디페쉬 모드(Depeche Mode), 조이 디비젼(Joy Division), 뉴 오더(New Order) 등 어두움을 찬미한 뉴웨이브 그룹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니그마의 음악은 어둠침침하지만 힙합과 테크노와 같은 댄스 리듬으로 그 심각함을 희석시켰고, 무거움을 줄였다. 이러한 절충주의 노선으로 이니그마는 종교적인 경건함과 세속적인 면을 균형있게 맞춤으로서 대대적인 성공을 일궈냈다.
1990년에 공개된 데뷔작 <MCMXC A. D.>에선 언급 한대로 'Sadness Part 1'이 세계에 충격을 가했고 2집 <The Cross Of Changes>에서는 라디오 캠페인'우리의 것을 찾아서'에서 들릴 법한 우리네 할아버님들의 노랫가락이 살아 숨쉬는'Return to innocence(4위)'가 다시 한번 탑 텐에 입적되면서 이니그마의 음악적 실험은 완숙 단계에 도달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성공적인 시도였다는 공인도 받았다.
이들의 음악에는 샘플링 기법도 빈번하게 사용된다. 데뷔 앨범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SF 영화 <클로스 인카운터 - 미지와의 조우>의 주제 음악과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의 보컬이 쓰였고, 2집에 수록된'I love you... I'll kill you'를 위해서는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의 목소리를 따왔으며, 작년에 나온 네 번째 정규 음반에서는 'Carmina Burana'의 웅장한 오프닝과 레드 제플린의 'When the leave breaks'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1993년에는 영화 <슬리버>의 사운드트랙에 'Carly's song'과 'Carly's loneliness'를 삽입시켰다.
이니그마의 실질적 두뇌인 마이클 크레투의 클래식과 팝, 종교 음악 그리고 세계 각지의 민속 음악을 아우르는 음악적 포식력은, 그러나 여러 장르의 음악을 짜깁기 한 것뿐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보컬보다 민속 음악이나 연주, 그리고 사운드 이미지 등에 더 많은 비중을 둔 이니그마의 음악은 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나 엔냐(Enya)와 같은 동일 선상에 위치하면서 대중들의 시선을 제 3 세계 음악에 고정시키는데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90년에 등장해 우리들에게 충격을 가한 이니그마의 음악 행보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미완의 혁명이다.
2001/09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앨범듣기#
2007/05/22 - [뮤직/제3세계] - MCMXC a.D-Enigma
2007/03/27 - [뮤직/제3세계] - The cross of change-Enigma
2007/03/27 - [뮤직/제3세계] - Le roi est mort, Vive le roi!-Enigma
<내용출처:IZM neo music 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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