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오페라의 유령 신화의 탄생!

12월10일, 연말 시즌에 전국 300여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되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악적 실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그의 환상적인 프로덕션 팀이 직접 캐스팅한 아티스트 및 세션맨들, 그리고 그들에 의한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의 녹음, 새롭게 선보이는 음악, 그리고 뮤지컬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 그리고 특히 라울의 새로운 탄생!!! 새로운 영화, 새로운 캐스팅으로 만나는 ‘팬텀 어브 오페라’

다시 부활한 유령, 그리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자는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uroux)이다. 그는 허영심이 많고 도박에 심취했던 인물로 전해진다. 급서한 아버지가 따로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풍족한 유산을 남겨 주었지만 도박과 유흥으로 순식간에 탕진해버린 그는 오로지 생계유지를 위해 펜대를 들었다. 첫 번째 추리 소설이자 대표작인 ‘노란 방의 미스테리’가 별 기대 없이 엉겁결에 맞은 대박이었다면, 두 번째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노란 방…’의 성공에 힘입어 두 번째 잭팟을 기대하고 작정하고 쓴 것이었다. 그러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전작에 비해 공포와 환타지가 가득했던 ‘오페라의 유령’을 앞에 두고 파리 시민들은 냉담하게 돌아섰으며 작가는 좌절했다. 이후로도 르루는 10여 편의 소설을 썼지만 그 어떤 작품도 그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주지 못했다. 1927년 결국 그는 평범하고 조촐하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모국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유령’은 바다 건너 신세계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미국 모 일간지에 연재되면서 점차 인기를 모은 이 작품은 1925년 유니버설 영화사에 의해 처음으로 스크린에 소개되기에 이르른다. 당시 주역을 맡았던 배우 론 채니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며 ‘유령’은 프랑스 국경을 초월한 국제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수많은 영화 감독이며 연출가며 방송국 PD가 르루처럼 대박 세례를 받고자 ‘유령’에게 영혼을 팔았다. 영화로, 연극으로, 뮤지컬로, 다시 TV 시리즈로 부활한 유령은 그 때 그 때 흥행을 누리긴 했지만 단기간에 그쳤다. 그리고 1988년, 이단아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등장했다.
1970년 스물 두 살의 나이에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락 음악으로 중무장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세상에 내놓아 지축을 뒤흔들었다. 30세에 작곡한 ‘에비타’ 34세의 ‘캐츠’는 그에게 ‘뮤지컬의 황제’로 부동의 지위를 약속했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그가 ‘오페라의 유령’에 손을 뻗은 것은 당시로서는 말 그대로 ‘도박’이었다. 이미 다양한 매체를 위한 수많은 버전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유령’에게서 더 이상 새롭게 뽑아낼 엑기스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엑기스는 있었다. 첫 번째 웨버는 유령의 카리스마에 눌려 기를 못펴고 있던 라울과 크리스틴의 아름다운 사랑을 발견했다. 두 연인의 모습을 극대화시킨 웨버의 뮤지컬 버전은 심지어 ‘공포 소설’로까지 통용되었던 르루의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로맨틱한 멜로를 제공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 멜로에 열광했다. 이제 ‘오페라의 유령’의 줄거리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더 이상 르루의 원작을 언급하지 않는다. ‘오페라의 유령’은 웨버의 것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프레드릭 포사이드가 발표한 ‘오페라의 유령’ 속편 조차, 르루의 원작이 아닌 웨버의 뮤지컬 줄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웨버의 로맨스는 사실 그 자체로 따지자면 그렇게 특별한 그 무엇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일개 코러스 걸이 프리마 돈나가 되고 부유한 후원자와 사랑을 이룬다는 설정은 이미 2백년도 더 전에 덴마크에서 안데르센이 ‘신데렐라’에 비슷하게 써먹은 모티브다. 오히려 오페라하우스에 살고 있다는 유령이 더 독특해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웨버의 ‘유령’에는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웨버의음악이었다. 자칫 평범하고 통속적일 수 있는 줄거리를 최고의 수준의 예술로 완성시킨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유령도, 사랑도 아닌 웨버의 음악임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클래식을 공부한 작곡가가 저열하게 뽕짝을 쓰고 있다”는 호사가들의 비난은 ‘오페라의 유령’에 이르러 비로소 쑥 들어갔다. 현 뉴욕 필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은 다분히 정치적이긴 하지만 이런 헌사까지 남겼다. “ ‘오페라의 유령’은 브로드웨의 뮤지컬과 정통 클래식 오페라가 하나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정표적인 작품이다.”


1986년 10월 9일 런던 웨스트엔드 ‘Her Majesty’ 극장에서 공식 데뷔한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8백만의 관객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뮤지컬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공연 수익금만 무려 320억원, 전 세계 18개국 무대에서 6만 5천회 공연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지난 8월 영국에서만 7천번째 공연을 기록한 ‘유령’은 지난 18년 간 올리비에상, 토니 상을 포함한 50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
1988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오페라의 유령’을 상륙시키면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이 작품의 영화화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이 당시 조엘 슈마허 감독의 ‘The Last Boy’가 개봉되고 있었으며 이 영화를 관람한 웨버는 감독의 탁월한 시각적, 음악적 센스에 감명받아 슈마허의 만남을 요청했고, 그 자리에서 ‘오페라의 유령’ 연출을 약속받았다. 당시 웨버는 팬텀 역으로 마이클 크로포드를, 그리고 크리스틴 역으로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이자 ‘오페라의 유령’의 원조 히로인인 사라 브라이트만을 꼽아두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년 뒤 웨버의 그림자가 부담스러웠던 브라이트만은 웨버와의 결별을 선언했고 영화제작은 오리무중에 빠지고 말았다. 그동안 슈마허는 ‘배트맨 포에버’ ‘타임 투 킬’ ‘8미리’ ‘폰 부스’와 같은 영화로, 웨버는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선 셋 대로’로 각자의 영역에 매진했다. 2002년, 런던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마침내 14년 전의 약속을 실현시키기로 의기투합하기에 이르렀다.

슈마허의, 그리고 웨버의 영화는 뮤지컬 무대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몇가지 과거를 보여준다. 대사로만 처리되었던 라울의 회상 장면이라든가 팬텀의 과거가 본격적으로 영상에 펼쳐진다. 팬텀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사회의 편견, 크리스틴이 아버지 무덤 앞에서 말을 타는 장면, 라울의 상상 속의 여행 장면을 위해 웨버는 15분 상당의 새로운 음악을 추가 작곡했다. 이 음반에는 그 가운데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TK'란 제목의 음악이 수록되어 있다. 한편 안토니오 반데라스로 내정되었다는 항간의 소문과 달리 타이틀롤로 낙점된 인물은 제라드 버틀러였다. '툼레이더 2'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옛 연인으로 등장했던 그는 낮은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테너 목소리로 웨버를 감동시켰다고 전해진다. 이는 크리스틴 역의 에미 로섬도, 라울 역의 패트릭 윌슨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유령’ 오디션은 언제 어디서나 예측불허의 스타 탄생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스타들이 유령이, 크리스틴이 되어보고자 몰려들지만 언제나 주역은 의외의 미확인 엑스트라에게 돌아갔다. 사라 브라이트만 또한 ’오페라의 유령‘ 이전에는 무명의 여가수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9차까지 이어진 오디션에서, 그것도 앙상블 오디션에서 윤영석이라는 배우가 유령처럼 타이틀롤로 발탁된 바 있다.
이번 OST를 들어보면, 한층 두터워진 오케스트레이션(뮤지컬 때와 달리 충분한 예산을 확보한 웨버는 전곡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했다)으로 인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한층 더 비장하고 장엄해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메인 선율 너머로 연주되는 갖가지 악기들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은 원곡이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재삼 확인시켜 준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차이는 라울의 성장이다. 유령의 카리스마에 눌려 소극적이고 부드러운 남자에 불과했던 라울은 영화상에서나 노래에서나 한층 강단있고 남성적인 캐릭터로 변모하며 유령과 대등하게 필적하고 있다. 에미 로섬은 관능적인 비너스였던 사라 브라이트만에 비해 안정적이고 지적이며 순수한 음성으로 크리스틴을 노래한다.

글 - 노승림 (월간 ‘객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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