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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여름에 개봉된 황인뢰 감독의 영화 <꽃을 든 남자>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사운드트랙에 실린 '헤이 헤이 헤이'가 서서히 대중들의 반응을 끌어냈다. 친근한 멜로디에 귀를 끄는 팝 감수성까지 갖춘 이 모던 록 싱글은 어느덧 공중파 차트의 상위권까지 뛰어 오르며 밴드 자우림을 일약 스타로 부상케 했다.

하지만 4인조 혼성 록 그룹 자우림은 하루아침에 붕 떠버린 '신데렐라'는 아니었다. 이들은 홍익대 앞에서 오랜 라이브 공연의 경험을 기반으로 실력을 다져온 '인디계의 강자'였다.

원래 자우림의 이름은 '미운오리'였다. 이 명칭은 밴드 명을 가지고 고민하던 멤버들이 '귀찮아서(?) 재빨리 생각해낸 것이라 한다. 이 약간은 어색한 타이틀은 <꽃을 든 남자>의 제작 직전에 역시 발빠르게 전환됐다. 오버그라운드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메인스트림으로의 진출은 탄탄대로였다. 1997년에 나온 처녀작 <Purple Heart>에선 수록곡 '밀랍천사', '일탈', '애인 발견' 등이 잇따라 주목 대상이 됐다. 1집 발표 이후 가진 순회 공연도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밴드는 새로운 토양에 확고히 정착하는데 성공했다.

1998년 공개된 2집 <연인(戀人)>은 다각화된 그룹의 시각이 표출된 작품이었다. 메시지라는 측면에선 노숙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청소년 자살을 소재로 한 '낙화'등이 주목할 만했다. 사운드 역시 당시 트렌드를 이루던 테크노를 몇 곡에서 차용해 실험하기도 했다. 여기서는 김윤아의 유별난 직설법이 잘 드러난 '미안해 널 미워해'가 인기를 얻었다.

1년 후, 자우림은 <B정규작업>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작품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들을 변형하고 개작하여 내놓은 앨범이었다. 모던 록이었던 '그래 제길'은 테크노 음악으로, 관악기 편곡이 인상적이었던 '마론 인형'은 재즈 풍으로 바뀌었다. 스스로 자신들의 곡을 뒤집고 파괴하면서 전혀 맛이 다른 음악을 창조했다. 결코 단순한 재탕의 음반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도전적인 이미지와 매 앨범마다 스스로의 틀을 깨뜨리는 개혁성을 높게 평가했다. '네티즌들이 뽑은 참여연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가 되어 1일 간사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을 정도다.

2000년 발표된 3집 <자우림, the wondeland> 역시 우수한 앨범 판매고를 기록했다. 첫 싱글인 '매직 카펫 라이드'는 1집의 '일탈'의 맥락을 잇는 유쾌한 '일상탈출' 넘버로 음반의 히트를 견인했다.

자우림의 음악은 가볍지 않으면서 듣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둔탁하지 않으면서 힘없이 허공을 부유(浮游)하지 않는다. 그것은 보컬 김윤아의 저항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결코 범상하지 않은 가사 때문이다. 또한 수년 동안 멤버 교체 없이 단단하게 팀웍을 다져온 끈끈한 조직력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제도권에서 활동하면서 좌표를 상실하고 표류하는 뮤지션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다. 특히 인디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니는 자우림은 '병들었다'라는 혐의를 받기 쉬울 수도 있다. 허나 오버그라운드 안에서 자우림은 아티스트 중심의 음악을 만들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물론 곧 공개될 네 번째 앨범이 이들의 건강함을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다.

  2001/04 이경준 (zakkrandy@hanmail.net)


#앨범듣기#
2007/03/16 - [뮤직/가요] - Wonderland-자우림
2007/03/15 - [뮤직/가요] - Jaurim-자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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